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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바실리스크도마뱀의 수면 위 달리기 비밀

by view79143 2025. 8. 31.

중남미 열대 우림 지역에는 특별한 능력을 지닌 파충류가 살고 있다. 바로 녹색바실리스크도마뱀(Green Basilisk, Basiliscus plumifrons)이다. 이 종은 흔히 ‘예수도마뱀(Jesus Lizard)’이라는 별명으로 불리는데, 그 이유는 물 위를 달려 건너는 놀라운 능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많은 동물이 수영은 할 수 있지만, 실제로 달리듯이 수면을 가로지르는 파충류는 극히 드물다. 이 글은 녹색바실리스크의 수상 달리기 비밀과 그 원리를 과학적으로 살펴본다.


1) 생김새와 서식지

녹색바실리스크는 중앙아메리카의 열대 우림, 특히 코스타리카와 파나마 지역의 하천과 호수 주변에서 흔히 발견된다. 이름처럼 몸 전체가 녹색을 띠며, 수컷은 머리와 등, 꼬리에 뚜렷한 볏 모양의 장식이 있다. 체장은 약 70~80cm에 이르며, 길고 가벼운 체형은 수상 이동에 유리하다. 이 도마뱀은 주로 곤충과 작은 동물을 먹으며, 포식자를 피할 때 물 위를 달리는 능력을 활용한다.

2) 수면 위 달리기의 메커니즘

물 위를 달릴 수 있는 비밀은 발 구조와 달리기 자세에 있다. 녹색바실리스크의 뒷다리는 길고 근육질이며, 발가락에는 피부로 된 넓은 가장자리가 달려 있다. 이 발가락은 물에 닿는 순간 펼쳐졌다가 들어 올릴 때 접히며, 일종의 패들처럼 작동한다. 달리기 과정에서 발이 수면을 강하게 치면 순간적으로 작은 공기 방울이 생기고, 발이 빠르게 위로 올라오면서 물에 잠기지 않고 다음 보폭을 이어갈 수 있다.

과학자들은 이를 “슬랩 앤 스트로크(slap and stroke)” 메커니즘이라고 부른다. 즉, 발로 수면을 강하게 때려(push) 버티는 힘을 얻고, 동시에 물속으로 완전히 가라앉기 전에 빠르게 다음 동작으로 이어가는 것이다. 이러한 고속 움직임 덕분에 성체도 약 4~5m, 어린 개체는 10m 이상을 물 위에서 달릴 수 있다.

3) 속도와 한계

녹색바실리스크는 시속 약 10~12km 정도의 속도로 수면을 달릴 수 있다. 하지만 일정 거리 이상에서는 결국 중력과 저항 때문에 가라앉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포식자에게서 벗어나기에는 충분한 시간과 거리를 확보할 수 있다. 물가에서 위협을 감지하면, 순간적으로 직립 자세로 몸을 세워 뒷다리만 사용해 달려 나가는 모습은 매우 인상적이다.

4) 진화적 의미

이 독특한 능력은 단순한 기교가 아니라 진화적 생존 전략의 산물이다. 열대 우림 지역은 뱀, 새, 포유류 등 다양한 포식자가 존재하는 곳이기에, 신속히 수면을 가로질러 도망치는 방법은 큰 이점이 된다. 또한 하천이 많은 환경에서, 물을 수영하지 않고 달려 건너는 능력은 이동 효율성을 크게 높인다. 연구자들은 이 능력이 수백만 년 동안의 선택 압력 속에서 점진적으로 발달했을 것으로 추정한다.

5) 인간 사회와의 연결

녹색바실리스크의 수상 보행은 로봇 공학과 생체모방 연구에서도 주목받고 있다. 특히 수상 구조물 점검, 수색·구조 활동 등에서 “물 위에서 안정적으로 움직이는 기계” 개발에 영감을 준다. 발가락의 접히는 구조나 순간적인 반발력 활용 방식은 새로운 추진 기술로 발전할 가능성이 크다.

6) 결론

녹색바실리스크도마뱀은 긴 뒷다리와 독특한 발가락 구조, 그리고 고속 보행 리듬을 활용해 다른 파충류에서는 보기 힘든 수상 달리기 능력을 진화시켰다. 이 능력은 생태적 생존 전략이자, 인간 기술에도 영감을 주는 흥미로운 사례다.

자연계의 독창적인 해법은 단순한 호기심을 넘어서, 과학 연구와 기술 발전의 토대가 된다. 물 위를 달리는 작은 도마뱀의 발걸음은 바로 그 좋은 예라 할 수 있다.